Graduation, but the life must go on

  졸업식이 끝난 학교는 고요했다. 바로 어제, 육천 명의 졸업생과 그 서너 배는 됨직한 가족 친지들로 엄청나게 북적였던 학교 중앙 광장은 일요일을 맞이하여 한적하다 못해 되레 스산할 지경이었다. 본관에 드리워졌던 거대한 붉은 천도, 가로등마다 걸려 있었던 화려한 휘장도 밤사이에 회수되고 없었다. 분수대에서는 물 한 방울 나오지 않고 있었다. 정문 앞 도로에서 자동차 지나치는 소리만 요란한 가운데, 그저 학생 몇몇이 하릴없이 돌아다닐 따름이었다. 전날 그 북적이던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보증금 만삼천 원에 대여료 칠천 원짜리 졸업 가운을 두르고 학사모를 눌러쓴 채 가족들과 함께 연방 사진을 박고 있었다. 오늘 나는 언제나처럼 두꺼운 교재가 들어찬 가방을 둘러메고는 인적 드문 학교 광장을 걸어가고 있었다. 어제 온종일 시달린 몸이 조금 노곤했다. 나는 광장을 거쳐 지하 열람실로 내려갔다. 일요일인데도 나와서 공부하는 사람이 꽤 있었다. 아직까지는 사용가능한 학생증을 찍고 문을 통과해 열람실로 들어갔다. 옆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점퍼를 벗어 옆에 개켜 두었다. 사람이 적은 날은 비어있는 옆자리에 가방과 윗도리를 놓아둘 수 있어서 편리하다. 책상 위쪽에 달린 형광등에 스위치를 넣었다. 가방에서 교재와 복사물을 꺼내고 펜 뚜껑을 열었다. 학교에 소속된 학생 시절이 끝났다. 사회인으로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평소와 똑같은 하루. 일 년 후의 나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 것인가, 그 대답을 찾기 위한 공부. 다시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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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곰 | 2007/02/26 00:55 | 글곰, 감상에 빠져들다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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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무표정군 at 2007/02/26 08:39
졸업하셨군요. 여러 생각이 교차하시겠지만, 그래도, 축하드립니다 :)
Commented at 2007/03/01 22:04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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