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마을에는 의사가 한 명 있었다. 그에게는 종종 거짓말을 하는 고약한 버릇이 있었다. 대개는 악의가 없는, 농담거리가 될 만한 거짓말이었지만 그가 의사라는 사실이 문제였다. 이를테면 감기에 걸려 의사를 찾아갔는데 폐암이라는 선고를 들은 사람이, 나중에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안 후 그냥 농담거리로 치부하고 웃어넘기는 일은 드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은 꾸준히 그를 찾았다.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그의 능력이 출중하기 때문이기도 했고, 또한 이 작은 마을에 의사는 그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어느 화창한 오월 중순에 교통사고를 당한 여인도 그의 병원으로 후송되어 왔다. 의사는 피투성이인 환자를 흘끗 보더니 바로 수술 준비를 명했다. 환자의 남편은 화급한 목소리로 외치듯 물었다.

  “선생님. 아내의 상태가 심각한가요?”

  의사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러나 그는 환자의 남편을 안심시키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매우 심각합니다. 하지만 수술에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환자와 의사가 수술실로 들어간 후 남편은 벽에 기대어 한숨을 내쉬었다. 그 또한 이 마을 사람이었고 의사가 종종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의사가 한 말 또한 거짓말이기를 그는 간절히 바랐다.

  수술실의 램프는 네 시간 만에 꺼졌다. 수술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남편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수술실을 나오는 의사에게 남편은 황급히 매달렸다.

  “어떻게 됐습니까, 선생님!”

  의사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남편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거짓말일거야. 이거야말로 진짜 지독한 거짓말일거야. 그는 일말의 희망을 움켜쥔 채 황급히 수술실로 뛰어들었다. 깜짝 놀라는 간호사들을 무시한 채 그는 수술대 위의 아내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아내는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맥박도 없었다. 그녀의 시신은 이미 싸늘히 식어가고 있었다. 남편은 고개를 숙였다. 뚝, 눈물이 방울지어 수술실 바닥으로 떨어졌다. 남편은 중얼거렸다.

  “거짓말이....... 아니었어.”

  “그렇지는 않습니다.”

  남편은 몸을 홱 돌렸다. 어느새 따라 들어온 의사가 그의 등 뒤에 서 있었다.

  “실은 거짓말을 했습니다.”

  대체 무슨 소리야? 남편은 묻고 싶었다. 그러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무심코 아내의 팔을 잡았다. 그러나 그 팔에는 온기가 없었다. 그것은 여전히 시신의 팔이었다. 남편은 의혹에 가득 찬 눈빛으로 의사를 쳐다보았다.

  “상태가 심각하다는 게, 거짓말이었다는 겁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내출혈로 인해 당신의 아내는 심각한 상태였지요. 살아날 확률은 절반 정도였습니다.”

  절반. 그리고 그의 아내는 나머지 절반에 들어가 버렸다. 남편은 이를 악물었다.

  “그럼 뭐가 거짓말이었다는 겁니까?”

  의사는 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수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거짓말이었습니다.”

by 글곰 | 2008/02/09 16:19 | 글곰, 글을 연습하다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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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Vinci at 2008/02/09 19:23
제가 예전에 봤던 모 글과 비슷하네요.

거기에서는 수술이 잘 됐다고 해서 기쁘게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더니 부인이 죽어있었죠. 그리고는 의사가 뒤따라 들어와서는, 오늘은 만우절이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Commented by 히바나 at 2008/02/13 09:59
이 거짓말;; 이 의사만 하는거라면 좋겠습니다만;;;
처선들 다 하시는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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