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5월 18일
오후만 있는 일요일
비가 온다. 하늘이 흐리다. 때로 번개가 스치고 천둥이 뒤늦게 뒤따른다. 창문을 여니 빗소리가 요란하다. 추위가 살짝, 몸을 감싼다. 창을 닫고 자리에 앉는다. 나른하게 늘어지는 오월의 일요일 오후. 졸음이 와서 머리가 멍하다. 어제는 오후 네 시를 넘어서야 잤다. 일어난 시간은 열한 시. 주중에는 네 시간을 자고 주말에는 적어도 아홉 시간을 잔다. 오늘은 일곱 시간밖에 안 잤으니 피곤한 것도 당연하다. 자아, 첫째로 비가 온다. 둘째로 피곤하다. 그러니까 오늘은 출근하지 말고 집에서 쉬자, 고 나는 생각한다. 몸 속 깊은 곳에서 아스라이 퍼지는 이 자기정당화의 만족감이 좋다. 흐린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다 오랜만에 김광석의 시디를 꺼낸다. 아련히 흐르는 [서른 즈음에]의 노랫말이 눅눅한 공기에 천천히, 조금씩, 그러나 깊고 진하게 스민다. 정체 모를 인도산 허브티를 마시면서 나는 푹신한 의자에 허리를 깊숙이 파묻는다. 나른한 오월의 일요일 오후가 천천히 흐르고 있다.
사실 인도산 허브티의 정체는 쾌변을 도와주는 변비약이랄까.
고백하고 나니 이거 분위기 깨는구먼.
사실 인도산 허브티의 정체는 쾌변을 도와주는 변비약이랄까.
고백하고 나니 이거 분위기 깨는구먼.
# by | 2008/05/18 16:52 | 글곰, 일상을 이야기하다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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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도산 허브티 대신 따끈한 커피를 한 잔 마시는 중이랍니다.
내 말랑함이 서서히 옮겨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혼자 슬몃 미소를 짓는답니다. ^^
말랑말랑한 주말은 좋답니다. 주중에 워낙 팍팍하게 사니까요.
그 말랑말랑함을, 잃지 말아요.
폭풍우가 몰아치는 오후를 보내신 모양입니다. 그래도 오늘은 오늘의 태양이 떠올랐겠지요?
이라며 마지막 두 문장을 본 저는 꿱 하고 환호성을 질렀다고 고백해야 할까요? 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