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18일
소심한 여인네
여기 평범하고 소심한 여인네가 있다. 언제나 잡다한 걱정이 많고, 덤벼들기보다는 움츠리고, 쉽게 긴장하고 종종 초조해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소심하다. 그런 모습이 세상 평지풍파에 주눅이 든 것만 같아 나는 괜스레 꿀밤을 콩콩 먹이곤 한다. 그래도 능력 있어 어느새 재취업을 하더니마는 갑작스레 미국으로 두 주일짜리 출장을 가게 되었다. 그런데 영어를 못한다느니, 환율이 비싸다드니, 비행기를 타고 떠나기 하루 전까지 쓸데없이 걱정하고 하염없이 초조해하며 이리저리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잔뜩 늘어놓기에 그만 얄미워서 하여튼 이놈의 소심함, 마구 때려줄 테다! 했더니 입이 댓 발이나 삐죽 나왔다. 그러나 뾰로통해져 봤자 어쩔 것인가. 그러던 여인네가 어느덧 출장 마지막 날이다. 아니나 다를까, 막상 미국 가서는 멀쩡하게 일 열심히 잘 하고 돌아오는 모양이다. 거 봐라. 막상 닥치면 잘 하지 않느냐, 하고 나는 혼자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만 들어도 출장 가기 전보다 조금쯤은 더 용감해지고 대범해진 것 같다. 에헴. 하여튼 두 주일 가량 얼굴을 못 보다 보니 이 소심한 여인네가 그립다. 많이 그립다. 하여 오늘 저녁에는 인천공항으로 마중을 가련다. 출장 가서 일 잘 해낸 것이 기특해서라도 꼬옥 안아줄 테다. 소심한, 하지만 어쩄거나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는 나의 여자친구를.
# by | 2008/10/18 02:36 | 글곰은 중얼중얼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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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염장글이지요. 우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