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함부로 통합을 말하는가?

  헌법 제1조 제1항에 따라,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그러니 민주주의는 우리가 마땅히 추구해야 할 가치라는 전제 하에 이야기를 풀어가도록 하자.

  민주주의의 본질을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는가?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굳이 낱말 하나를 언급하자면 나는 ‘갈등’을 꼽겠다. 갈등을 대하는 자세에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들이 나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갈등은 서로 다름에서 비롯된다. 모든 사람이 완전히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갈등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무인도에 사람 둘만 함께 놓아두어도 서로 다른 생각 때문에 치고받고 싸우기 마련이다. 하물며 수만 수억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사는 현대사회에서야 두말할 나위가 있으랴. 인구 사천구백만의 대한민국에는 사천구백만의 서로 다른 생각이, 서로 다른 견해와 의견과 주의와 주장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갈등이란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갈등은 언제나 순기능과 역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다. 문제는 갈등 자체가 아니라 그 표출 방식, 그리고 해소 방식에 있다. 상호간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갈등을 풀어 가는 방식을 일컬어 우리는 민주주의라 한다. 그런데 대화와 타협이란 극단적으로 말해 말싸움이라는 이야기고, 그러니만큼 민주주의 사회는 필연적으로 항상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 시끄러움 가운데 저마다가 자신의 주장을 제시하고 서로의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민주주의다.

  물론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해결책은 대개 양측 모두에게 불만족스럽다. 어느 한쪽이 완전히 만족하기 위해서는 그 반대쪽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해버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 전체로 볼 때 대화와 타협을 통해 도출한 결과는 그전보다 약간이나마 더 진보하기 마련이다. 민주주의 사회는 이렇게 느리게, 그러나 꾸준히 발전한다.

  따라서 통합은 함부로 말할 일이 아니다. 사회 통합이라는 듣기 좋은 말은 종종 자신과 다른 의견을 억누르고 묵살하는 전가의 보도가 되기 마련이다.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사회에는 항상 갈등이 상존하며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관용의 정신을 잃지 않는다면 그런 시끄러움이야말로 오히려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이다. 반면 힘과 권력으로 상대의 입을 막아버리는 사회는 비록 조용하지만 죽어버린 사회다. 우리가 거부해야 하는 것은 그러한 거짓된 통합, 즉 비관용이다.

  그러므로 나는 묻는다. 누가 함부로 통합을 말하는가?

by 글곰 | 2009/06/02 01:06 | 글곰, 세상을 두드리다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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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징소리 at 2009/06/02 09:25
코덱이요( '')

Commented by 징소리 at 2009/06/02 09:28
첫 시작이 뻘플이라 죄송합니다...;;;

더욱이 제로섬 게임만을 즐기는 정치판에서 통합이란 말은 이도저도 아닌 제자리를 뜻하게 되죠.
Commented at 2009/06/06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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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6/1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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