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8월 10일
그녀의 소녀시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대 FC 서울의 친선전이 열리고 있는 상암 월드컵경기장. 전반전이 끝나고 경기장이 어수선해지더니 사람들이 급하게 무대를 설치한다. 곧 무대로 올라가는 아홉 명의 소녀들. 육만 명의 관중이 빼곡히 들어찬 경기장에 울리는 노래는 <소원을 말해봐>. 그와 동시에, 내 옆에서 엄청난 환호가 폭발하듯 터진다. 꺄아! 소녀시대다 소녀시대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거의 비명에 가까운 환호성을 질러대는 이를 쳐다보다가 그 팔을 툭툭 치며 말한다. 좀 진정해요. 그러나 전혀 진정하지 못한 상기된 얼굴로 나를 돌아보는 그녀는 다름아닌 나의 여자친구.
걸그룹의 팬이 꼭 남자여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아마 소녀시대 팬의 98%는 남자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내 여자친구는 나머지 2%에 들어가는 셈이다. 다리를 휘적휘적 저어대는 그녀들의 춤에 까무러치고, 어디선가 소녀시대 노랫소리가 들려오면 귀를 쫑긋 세운다. 아이팟에는 항상 소녀시대 고화질 동영상이 들어 있고 앨범 전곡의 음원을 구입해 고이 저장해두고 있다. 참 열성적인 팬이다. 좋아하는 가수가 많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소녀시대만큼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다.
소녀시대가 왜 좋느냐는 물음에 그녀는 "예뻐서"라고 답한다. 우문현답이다. 대부분의 남자 팬들에게 물어봐도 거의 같은 대답이 나올 것 같다. 예쁜 걸 좋아하는 건 거의 본능에 가까울 테니까. 그래도 걸그룹의 여자팬이라 하면 뭔가 좀 어색하긴 하다. 애당초 연예인들은 대부분 이성 팬이 훨씬 많지 않은가 말이다!
그래도 좋아하는 걸 좋아하면 그뿐일 테니 뭐 어쩌겠는가. 오늘도 나의 여자친구는 소녀시대의 노래를 듣는다. 예쁜 소녀들의 춤사위를 보며 헤벌레 웃고 있다. 그런 모습이 묘하게도 귀여워 나도 픽 웃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뭐, 예쁘긴 예쁘니까. 누가 누구인지 나는 도저히 분간을 못 하겠지만.
# by | 2009/08/10 00:03 | 글곰은 중얼중얼 | 트랙백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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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을 너무 잃으시면 곤란합니다. 잘못하면 넘어져요.
여자친구의 표현에 따르면 [길고 매끈한 이쁜 다리]라나요.
그런데 제가 소녀시대를 질투하는 건 아닙니다! 까울, 어쩌다가 결론이 그렇게 간 것이지요?
그런데... 형 카라는 아세요? 아마 모르실거라 생각하지만...
니콜의 엉덩이 살랑살랑춤에 혹해버렸단 말이지.
...뭐 솔직히 말해서 그 이상은 아는 바가 없긴 하지만. 생계형 아이돌이라는 것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