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렛츠리뷰 관련글입니다-
에도가와 란포의 독자라면 십중팔구 동서 미스터리 문고(DMB)의 [음울한 짐승]과 [외딴섬 악마]를 통해서 그의 글을 접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두 권이 지금껏 한글로 번역된 에도가와 란포 작품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 두 권을 읽고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에 빠졌으면서도, 언어의 장벽 때문에 그의 다른 작품들을 더 이상 읽어보지 못해 안타까워했던 독자들도 많았을 것으로 안다. 그러나 이번에 에도가와 란포 전 단편집이 나오면서, 에도가와 란포를 좋아하는 독자들도 어느 정도 갈증을 해소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나를 포함해서.
에도가와 란포, 하면 떠오르는 낱말들을 열거해 보자. 엽기, 변태, 괴기, 기괴, 환상, 음울...... "현실은 꿈, 밤의 꿈이야말로 진실"이라는 그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그의 글에서는 비현실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러나 그런 느낌을 기대하고 이 책을 손에 잡는다면 오히려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3권으로 출간될 전 단편집 중 1권은 소위 정통파적 추리 단편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잊지 말자. 에도가와 란포는 기괴하고 환상적인 소설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라고 불렸던 훌륭한 추리소설 작가임을.
단편들에 대해 일일이 언급하지는 않겠다. 다만 [심리실험], [D언덕의 살인사건] 등의 심리 추리물은 그 전개가 매우 흥미로웠다. [무서운 착오], [도난]. [영수증 한 장], [입맞춤] 등에서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는 모호한 결말을 채택하고 있는데,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으나 나는 이러한 결말을 좋아하는 편이다.(
존 딕슨 카의 명작 [화형법정]을 생각해 보라!) [의혹]은 어느 정도의 반전을 내포하고 있는 작품인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반면 [흑수단], [화승총] 등 실망스러운 작품들도 있지만, 애당초 전 단편집이라면 명작과 범작과 졸작이 병존하는 법 아니겠는가.
한 가지 특이할 만한 점이라면 많은 작품에서 반전 기법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반전은 때로는 해학적이고 또 때로는 섬뜩하기도 하다. 물론 추리소설이라는 장르 자체가 어느 정도 반전의 경향을 지니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란포의 경우에는 그런 성향이 강하다. 특히 [2전짜리 동전]이나 [석류], [영수증 한 장]등에서 결말을 내어 놓고는 그걸 바로 뒤집어버리는 기법은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전체적으로 흡족한 책이었으며, 2권과 3권도 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3권은 1,2권과는 다르게 [기괴환상]을 주제로 한 단편들을 선보일 예정이니만큼, 에도가와 란포가 쓴 그런 성향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내가 매긴 점수는 별 다섯 개 만점에 ★★★☆. 곧 출시될 2,3권도 곧 내 책장 한 켠에 꽂혀 있게 되리란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